나에게 손편지 쓸 때 참고할 문장과 문구

되돌아보면 잘 살아왔는가?

나에게.

되돌아보면 잘 살아왔는가?
스물은 어떨지 모르지만 서른 후로는 잘 살아왔다 자부할 수 있다.
순간에 충실했고,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했으며, 삶이 부끄럽지 않도록 노력했다.
모든 순간 진정 중요한 게 무엇인지 내게 물었고, 결정된 것에는 진심을 다했다.

균형을 잃지 않으려 애썼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나, 현재와 미래, 안과 밖.
정의를 쫓진 않았지만 비겁에 고개를 숙이지도 않았다.
사회가 말하는 성공과는 거리가 있었을지 모르나 내 삶, 나 자신이란 작품은 썩 괜찮았다 생각했다.
다시 돌아간다 해도 더 잘 살 것 같지 않을뿐더러 되돌아갈 필요를 느낀 적도 없다.

때문에 내 삶은 좋은 삶이었다고 할 수 있다.
늘 과거의 아름다움을 좇았지만 그렇기에 나는 넘침, 빠름 같은 현대의 위협으로부터 나를 피신 시킬 수 있었으며, 격류에 휩쓸리지 않고 작은 영토를 지켜낼 수 있었다.
숙현이와 새롭게 태어난 해든이, 가을이 그리고 가족들.
그들에게 짐이 되지 않고 조그만 사랑이라도 줄 수 있는 사람이었다는 점에서 내 서른 초중반은 충분히 가치 있었다.

서른 후반을 향해 가는 지금, 나는 영토를 더 가꾸고, 거센 외부의 폭풍으로부터 지켜낼 책임과 의무가 남아있다.
스무 살에 비해 많이 성장했지만, 또 다른 성장을 앞두고 있다.
나는 잘 해내야 하며,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잘 해내는 일 밖에 내게 남은 것이 없다.

25년 2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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