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여보에게♡
해든이랑 아파트 길을 걸을 때마다 이 나무에 꽃이 피면 봄이 오는거야~ 하며 목련나무를 하루하루 유심히도 올려다 보았는데, 어느새 해든이 볼따구 같은 보드라운 껍질을 벗어내고 새하얀 목련꽃잎을 피워내더라. 저번주부터는 순식간에 활짝 만개해 내가 제일 좋아하는 우리 아파트의 봄 풍경을 보여주고 있네,♡ 해든이도 이제는 봄이 온거냐며 해맑게 조잘대며 고사리 손으로 선물이라고 보드라운 목련의 눈껍질을 주워주는데, 참.. 어찌나 귀여운지 ^_^ 4월은 나에게 항상 설레는 달이야~ 여보의 생일이 있는 달이기도 하고, 이렇게 추위가 가고 봄의 바람이 부는 달이기도 하니까 말이야~
월요일마다 찾아오는 마감의 압박과, 나랑 해든이, 가을이를 생각하는 가장의 무게. 혼란하고 복잡스러운.. 내가 미처 다 알지못할 여보의 회사생활까지, 요즘 여보는 그야말로 태풍의 한 가운데에 서있는 듯해 ㅠㅠ 나는 그저 옆에서 여보를 지켜보기만 할 뿐..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안타깝고 안쓰러운 마음이야. 항상 힘들어도 힘든소리 하나 안하고 ‘해내야지~’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우리 여보. ㅠㅠ 정말 존경스러워.. 나에게 조금 어리광부려도 될텐데 말이야.
여보는 항상 그랬어. 조금 힘이 부친다 싶으면 집에 있는 영양제를 입안에 한움쿰 털어넣으며 말없이 자기전에 타이레놀을 삼켜댔지.. 그나마 나에게 보내오는 작은 시그널이랄까? ㅋㅋ 그럴때면 나는 또 앗차! 싶은 마음이 스치며… 여보를 먼저 챙기지 못했음에 나 자신에게 실망하고 부랴부랴 여보를 챙기지 ㅎㅎ 지금도 여보는 휘몰아치는 태풍 속에서 단단히 서있네.. (마치 내진설계가 완벽한 초고층 건물처럼.. 바람에 몸을 맡기며 흔들리는 ㅎㅎ)
비록 여보가 기대기에는 내 어깨가 못 미더워 보일 수 있겠지만. 힘들 땐 잠깐이라도 기대었다 갈 수 있는 듬직켜니가 될 수 있게 무럭무럭 자라 볼게..♡
여보에게 편지를 쓰는게 뭔가 오랜만인 것 같구만… 명색의 로만덕의 아내로 살면서 말이야 ㅋㅋㅋ 이번 편지도 여보의 글솜씨에 비하면 서툴기 짝이 없는 편지가 되어버렸네.. 뭔 말을 전하고 싶은 건지.. 참내.. ㅋㅋㅋ 봄을 맞이한 나의 설렌 마음? 여보를 걱정하는 마음..? 여보의 단단한 내면을 존경하는 마음을 표현하고 싶은건가? …ㅋㅋㅋ 아무렴 어때.. 마치.. 여보가 나에게 쓴.. <결국 이도 저도 아닌 말만 쓴 편지>가 되어버린 것 같네 ㅋㅋ 이것도 운명인가? ^_^ 그냥 여보를 사랑한다고~ 걱정한다고~ 응원한다고~!! 생일을 핑계로 이렇게 편지를 쓰는 거겠지 뭐어~ ㅎㅎ
바쁜 와중에도 언제나 해든이랑 진심을 다해 놀아주는 여보. 그리고 항상 내 옆을 지켜주는 고마운 우리 남편. 여보는 최고의 남편이자 아빠야♡ 많이 사랑하고, 생일 축하해♡♡
시간이 갈수록 여보를 사랑하는 마음이 더 커지는 여보의 영원한 짝궁이자. 아내. 숙현이가 - ♡♡
2025. 4. 5.
봄이 너무나 완연해 글이 손에 잡히지 않는 날들입니다. 예, 연재 펑크 핑계는 어떤 문장을 써도 궁색하기만 합니다. 봄 가는 게 그렇게나 아쉬웠는지, 요 몇 주 끔찍이도 봄을 쫓았습니다. 돈도 벌어야 하고 봄 꽁무니도 쫓아야 하고. 길바닥 인생이 다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사랑하는 저의 아내는 따닷한 봄바람이 불 거란 걸 진작에 알았는지, 목련 꽃봉오리가 보드랍게 떨어지던 날 펑크난 원고를 메꿀 편지를 제게 전해주었습니다. 펑크만 안 냈어도 꼭꼭 숨겨놓고 저만 볼 터였지만 기왕 이렇게 된 거, 다 신의 뜻 아니겠습니까. 직진밖에 없는 것처럼 걷다가도 건너편 횡단보도 신호가 바뀌면 훌렁 건너는 거고. 초록불이야 뭐, 좋은 곳 어디론가 저를 이끌겠죠.
부부며 모든 관계며 서로 기대며 사는 거라지만 오늘부로 비밀이 아니게 되어버린 꿈이 있다면, 살랑이는 버드나무가 되어 저의 그녀와 저희의 사랑들이, 그저 따사로운 그늘 아래 먹구름 한 점 없는 시간을 보냈으면 하는 것이었습니다. 못난 녀석인지라 때론 힘든 날도 있었지만, 단 한 번도 저리는 가지들 땅바닥에 내려놓는 제 모습을 떠올리지 않을 수 있었던 건, 오늘도 내일도 온통 햇살을 흩뿌릴 그녀 덕분이었습니다.
오, 당신은 제 모든 것입니다, 제가 부를 수 있는 가장 달콤한 노래입니다…
The Real Thing - You To Me Are Everything
그녀와 제가 함께하기로 약속하던 날 고마운 유나가 불러준 노래를 오랜만에 다시 꺼내 들어봅니다. 봄이 끝나지 않을 것처럼 사랑하시길, 스며드는 햇살처럼 행복하시길 바랍니다.